본문 바로가기

인사노무이야기/IT산업을 위한 인사노무

어떤 법이 IT 개발자의 권리를 보호해줄까?

어떤 법이 우리의 권리를 보호해줄까? - 민법 그리고 노동법


개발자나 디자이너, 혹은 관련 직종에서 일하는 분들이 다른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다른 가장 큰 특징은, 한 사업장에서 동일하거나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에도 정규직근로자, 계약직근로자, 반(半)프리랜서, 프리랜서, 하청(도급) 등 형식적으로는 매우 다양한 계약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입니다. 고용방식이 여러 가지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는 오늘날에도 IT 분야만큼 한 부서 또는 프로젝트에 서로 다른 계약서를 작성한 사람들이 모여서 일하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그래서 첫 이야기로는 우리가 맺고 있는 경제적 관계를 관장하는 규범, 그리고 서로의 이해관계가 다를 경우 이를 조정하는 역할을 하는 법률에 대한 설명을 드리려고 합니다. 


개발자


기본법과 특별법

사람 사는 사회와 관계가 넓고 복잡해지며 이를 규정하는 법률의 숫자나 내용은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가 성립되고 운영된 이래 가장 오래되고 기초가 되는 법률은 헌법, 형법 그리고 민법이며 이러한 일반 원칙을 정한 법률들을 기본법이라고 합니다. 


헌법은 국가의 기본 법칙으로서,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고 국가의 정치 조직 구성과 정치 작용 원칙을 정하고 시민과 국가의 관계를 규정하거나 형성하는 최고의 규범이며, 형법은 범죄와 형벌을 규정한 법으로서 어떤 행위가 범죄이고 이에 대한 법적 효과로서 어떤 형벌이 부과되는가를 규정합니다. 

그리고 민법은 사인(私人)과 사법인(私法人) 등 사적 법률주체 사이의 법률관계에서 발생하는 권리 · 의무를 규율하는 사법(私法)의 일반법으로 그 기능을 합니다. 여기서 사인이란 공인의 반대 개념으로 공적인 일을 하는 개인이나 기관이 아닌 모든 주체, 다시 말해 정부나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을 제외한 거의 모든 개인이나 회사 · 조직을 말합니다. 


이러한 기본법은 말 그대로 기본 법률이기에 매우 광범위하고 추상적인 형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민법 제655조의 '고용계약' 조항을 살펴보면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 대하여 노무를 제공할 것을 목적으로 체결된 계약" 이라고 규정하고 있어서, 개별 계약은 이 원칙에 따라 내용을 해석하고 판단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특수한 조건이나 분야를 위해 상세하고 구체적인 규범이 필요하게 되었고 이런 배경에서 성립된 것이 특별법입니다.


소위 노동법으로 불리는 법률들은 위에서 언급한 민법의 특별법입니다. 다시 말해 법의 효력은 모든 지역 · 사람 · 사항에 관한 것인데, 이들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법이 일반법(보통법)이라면, 일반법보다 좁은 범위에 적용되는 법이 특별법으로 특별법은 항상 일반법에 우선하여 적용된다는 점에서 양자를 구별하는 의의가 있습니다. 결국 노동법은 법률주체 사이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하는 민법 중 근로계약관계라는 특수한 관계에 한해서 규정을 하는 특별법이라는 말이 됩니다.


우리에게 민법과 노동법의 위치와 구분이 필요한 이유는, 개발자나 디자이너로 일하는 사람들의 경우 근로자가 대부분이기는 하나 때로는 자영업자나 사업자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근로자라면 당연히 특별법인 노동법의 규제와 보호를 받게 되며, 노동법이 정하고 있지 않은 부분에 있어서는 민법의 원칙을 따르게 됩니다. 근로자가 아닌 경우라면 계약관계상 대등한 주체로서 민법의 규범에 따른 권리와 의무를 갖게 됩니다. 이때 민법규정은 의무조항인 근로기준법과는 달리 임의규정이므로, 이 규정과 다른 내용을 "당사자간 약정"으로 하게 되면 그 약정이 우선하여 적용됩니다.


노동법


노동법에 대하여

노동법은 어찌 보면 자유시장경제의 기본 원칙을 거스르는 법일 지도 모릅니다. 시장경제 체제에서는 첫째, 개인의 소유권은 절대적이며, 둘째, 당사자 간에 자유의지에 따라 계약을 하고, 셋째, 과실은 일으킨 사람이 책임을 진다는 근대 시민법의 3원칙이 기본이기 때문에 어느 한쪽을 일방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법률은 자칫 비정상적인 것으로 오해를 사기도 합니다. ‘휴업 중에 지급하는 수당, 해마다 올라가는 최저임금, 사업주의 잘못이 없는데도 지급하는 산재보상 등’ 노동법이 규제하는 구체적인 내용은, 마치 초원에 맹수로부터 약한 동물들을 보호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울타리를 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산업화의 역사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사용자와 근로자의 경제적 · 사회적 지위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힘을 가진 쪽에서 일방적인 계약을 강요할 수 있었고, 이로 인해 실질적으로 불평등한 상황이 발생하여 왔습니다. 근로관계에 시민법원리를 그대로 적용하다 보니 근로자는 상대적으로 약한 입장에서 근로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열악한 근로환경과 임금이 일반화되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국가가 근로관계에 개입하여 일정수준 이상의 근로조건을 보장하는 노동법이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프리랜서


알아두어야 할 이야기

딱딱한 법 이야기를 칼럼의 첫 주제로 꺼낸 까닭은, 개발자가 모집공고를 보고 지원을 하거나 구인업체로부터 연락을 받는 시점부터 퇴직하거나 프로젝트 완료 후 철수하는 때까지 우리가 알든 모르든 민법이나 노동법의 보호와 규제 속에서 일을 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려드리기 위해서 입니다. 특히, 계약서나 규정을 확실히 알고 이를 생활화 하는데 익숙하지 않은 한국 사회에서 나의 권리와 의무를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기억해 두시면 좋겠습니다.


우리 사회에는 공인노무사나 일부 노동법률 전문 변호사를 제외하고는 노동법 전문가가 많지 않습니다. 법률에 대한 전문가라면 일차적으로 변호사가 있겠으나, 사법시험의 선택과목 중 하나인 노동법은 양이 방대해서 선택하는 사람이 거의 없고, 사법연수원에서도 노동법강의가 있지만 듣는 학생들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분쟁이 발생한 경우 경험이나 인터넷 지식 등에 의존하기 보다는 관련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으시는 것이 좋다는 것 또한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다음 시간에는 프리랜서 개발자를 중심으로 민법과 노동법의 적용대상이 되는 사람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